대학생 때 친한 봉사 동아리 멤버가 서양화과였는데 늘 깔끔하고 단정하게 옷을 입었어. 그 애와 나는 금세 친해졌고 서로의 진로에 대한 얘기도 터놓고 나눌 만큼 가까웠지. 그 친구가 미대를 다니긴 했지만 사실 그 애의 작품도, 그림 그리는 모습 역시 한 번도 보지 못했어. 그러다 기숙사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 그 친구를 우연히 보았는데 야작을 하다가 온 모양인지 스웨트셔츠에 아크릴 물감이 잔뜩 튄 모습인 거야. 친구는 앞치마를 안 가져왔다고 머쓱해 했지만 난 사실 그 모습이 더 프로페셔널하고 멋있다고 생각했어. 미드나잇 무브의 페인트 스웨트셔츠를 보니 그때의 일이 생각이 나. 자기 일에 몰두해서 옷에 물감이 튄 것도 모르는, 왠지 모를 경외심까지 들게 하는 옷이야. / 에디터 : 김나래
▼ 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