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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오래된 부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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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오래된 부츠 이야기

    천천히 읽는 쏘로굿 이야기


    에디터 : 장윤수 


    신발장에 부츠가 하나뿐이라도 아쉬울 일은 없다. 사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단한 부츠 하나면 충분하다. 잘 만들어진 부츠라면 그 어디에나 어울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바지와 만나더라도 무던히 잘 어울릴 것이며, 먼 걸음과 지친 일상에도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심사숙고 하여 고른 부츠 한 켤레는 그렇게 당신의 삶 속에서 충실히 기능할 것이다. 딱 한 켤레만 골라야 한다면 어떤 부츠가 어울릴까? 감히 권하니, 쏘로굿(Thorogood)은 능히 그 일을 해낼 것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그 수많은 사람들의 신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어느 청년의 건실한 날들 쏘로굿은 우드앤스트림(Wood N’ Stream), 그리고 슈인(Shoe in)이란 워크부츠 브랜드들을 산하에 두고 있는 미국 웨인브레너(Weinbrenner)사의 브랜드다. 다른 산하의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쏘로굿의 근간은 노동과 자연에 있다.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이자 웨인브레너사의 창업주인 앨버트 웨인브레너(혹은 알베르트 바인브레너. Albert Weinbrenner)는 1880년 무렵, 13살부터 아버지의 구둣방에서 견습공 일을 시작했다. 밀워키를 포함한 위스콘신주는 당시 벌목업이 번창하던 곳이었으며, 웨인브래너와 그의 아버지는 벌목노동자들과 당시 왕성하게 연장되고 있었던 전신주들을 잇는 전선노동자들을 고객으로 두어 구둣방을 이어갔다. 멋모르고 아버지의 일을 돕느라 구두를 다루게 된 소년은 구두와 성장하며 청년이 되었고, 어느덧 신발 그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짬이 날 때마다 동시에 벌목노동자들에게 유익하게 쓰이며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기존의 작업화들이 가지고 있었던 단점들을 보완하고 새롭고 보다 나은 그 무엇을 제시하기 위해 많은 시도들을 거쳤던 그는 1892년에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건 첫 결과물을 세상에 제시했다. 그리고 연달아 아버지에게서 독립하여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를 시작했다. ‘Jobber’란 이름을 걸린 그의 부츠는 기존의 부츠들에 비해 여러 면에서 개선된 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오랫동안 작업화를 다루는 구둣방을 이어온 그의 아버지와 그의 많은 노하우들이 녹아있었다. 벌목노동자들과 단단한 신발을 찾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 자버부츠는 그렇게 널리 퍼져나갔다. 1905년경에는 전미로 팔려나갈 수 있는 유통망이 갖춰질 수 있었을 만큼 널리 그 품질이 알려졌다. 인터넷은커녕 하루 안에 닫는 연락수단이 있었던 시절도 아니다. 양질의 품질을 갖춘 작업화였기에 그것을 신뢰한 사람들의 입소문만으로 웨인브레너가 만든 자버부츠는 널리 전파될 수 있었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쏘로굿이란 이름은 1918년경에 더해졌다. 20세기 초반 미국은 개척시대가 가시고 산업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경제체계가 바뀌며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지던 물건들은 공장제로 양산되기 시작하며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해야 했다. 자사의 특별한 제품들을 대중들에게 각인되길 원했던 웨인브레너사는 쏘로굿이란 트레이드마크를 걸었다. 그리고 1919년에는 지하실에 발전소를 갖춘, 미국 최초의 자활이 가능한 공장을 만들었다. 쏘로굿 역시 견실한 업체가 된 것이다. 다만 그렇게 브랜드가 걸리고 대량생산제품이 되었다고 한들 웨인브레너가 만드는 작업화는 바뀌지 않았다. 그 정신과 근간은 그대로 남아 이후의 제품들로 이어졌다. 기존의 작업화보다 더 유익하게 쓰일 새 작업화를 만든 사람이며 그의 회사인 만큼 더 나은 부츠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고, 그와 웨인브레너사의 부츠들은 끊임없이 개선되었다. 더 편안한 착화감을 얻었고 땅을 보다 단단하게 붙잡게 되었다. 험난한 환경에서 거칠게 다루어져도 흐트러지지 않는 강건함을 갖췄으며 노동자들이 신뢰하며 벗할 수 있는 신발로 이어져 나아갔다. 용도와 작업환경에 맞추는 다양한 작업화들을 출시하였고 다양한 환경에서 노동에 종사하는 전미의 노동자들은 쏘로굿 트레이드마크가 달린 부츠에 신뢰를 보냈다. 그렇게 쏘로굿은 부츠들만큼 단단한 브랜드로 12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텼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오늘날 쏘로굿의 아메리칸 헤리티지 부츠들은 여전히 위스콘신에 위치한 웨인브레너 본사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300여명의 공장 직원들이 전통을 따르며 전세계의 사람들이 신을 튼튼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신는 신발을 노동자들은 그 옛날 웨인브레너가 고심하며 신발을 만들었던 것처럼 자신의 작업에 긍지를 가지며 여느 오래된 미국 회사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성실히 신발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당당히 내건 ‘Made in USA, Union made’란 문장에는 많은 가치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가치들은 쏘로굿의 신발에 담겨 위스콘신을 넘어 전세계로 향하고 있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목적을 따르는 소재 미감을 우선하는 신사화와는 달리 워크부츠에는 기능을 우선하여 강인한 재료가 쓰여야만 한다. 가죽 역시 그러하니 험한 환경에 노출된 작업화에는 높은 내구력을 가진 가죽이 쓰이는 것이 필연적이다. 쏘로굿의 부츠에 자주 쓰이는 오일 테니드 레더(Oil tanned leather)는 보통의 방식으로 무두질된 가죽에 비해 높은 내구력을 가진다. 성우의 가죽이기에 강한 조직력과 내구력을 가지며 기름에 절여진 가죽이기에 상처에 강하고 소홀한 관리에도 쉽게 말라 갈라지지 않는다. 이외에 일련의 워크부츠들이 통가죽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 쏘로굿의 부츠에는 면이나 돼지가죽으로 된 안감이 붙는 것도 특징이다. 내구력과 착화감을 증진시키며 부츠를 한결 더 단단하게 만든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단단한 제법 굿이어웰트(Gooyear welt, 특수재봉기로 갑피와 창을 바느질해 신발을 만드는 제법)로 만들어지는 쏘로굿의 워크부츠들은 시멘트(Cement. 접착제로 갑피와 창을 연결하는 제법)로 만드는 신발에 비해 높은 내구성을 가지며 장시간의 하중과 부하에도 창이 무너지지 않고 충실히 발을 보조한다. 게다가 보수편의성도 좋아 시멘트 제법으로 만들어지는 신발과는 달리 창의 수명이 다했을 경우 바느질을 뜯어내어 새 창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바느질을 거쳐야 하며 비교적 복잡한 구조와 부속들이 쓰이는 굿이어웰트 제법의 제품생산성은 접착으로 해결되는 시멘트 제법에 비견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드는 것보단 쓰이는 것이 중요하단 제품철학, 워크부츠의 원론을 지키겠단 쏘로굿의 의지가 담겼기에 쏘로굿의 부츠들은 여전히 굿이어웰트 제법으로 만들어진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진보하는 창 쏘로굿이 역사성에 집착하여 발전을 더디하지 않음은 창을 통해서 드러난다. 험한 환경에서 쓰이는 신발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심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완충 소재 전문 브랜드인 포론(Poron)의 4000으로 만든 안창을 써 착화감을 증진하는 동시에 충격과 부하를 줄였다. 겉창에는 쏘로굿이 생산하는 여러 신발의 목적에 맞춰 직접 연구, 개발한 다양한 창들이 쓰이며 창들은 각각의 신발들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세심한 고민을 기초로 두었음이 보인다. 요컨대 워크부츠에 자주 쓰이는 맥스웨어(MAXwear) 창의 경우, 동류의 신발에서 자주 쓰이는 비브람(Vibram)사의 창과 미적 지향은 동일한 노선으로 이어가며, 동시에 그것 이상의 기능성을 염두하며 개발되었기에 접지력 등의 기능성에서도 비견하여 모자람 없이 기능한다. 이렇게 쏘로굿은 여느 어슬레틱 스니커즈 브랜드들의 제품을 개발하는 자세, 즉 기능성에 대해 탐구하는 자세와 노선을 같이 하며 동시에 워크부츠는 외모나 역사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충실히 기능할 수 있어야 함을 진정성 있게 염두하고 있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그리고 합리 익히 알려진 바처럼 쏘로굿의 부츠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인정받는다. 그리고 '합리적이다.'란 수사가 붙는 것은 제품이 단순히 저렴한 것만은 아님을 의미한다. 쏘로굿의 부츠 가격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가격이다. 앞서서 말한 것처럼 원론 자체에 충실한 부츠임에도 쏘로굿의 부츠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합리’란 말이 어울리는 가격이다. 이 충실히 쓰인 부츠를 보라. 단순히 저렴하기만 했다면, 워크부츠 본연의 목적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렇게 충실히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선택의 기로 여느 아메리칸 워크부츠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쏘로굿 역시 정석을 따르는 몇 종의 디자인을 큰 틀로 두고 그 안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은 소재와 결합하며 다양한 형태의 부츠들로 나누어진다. 쏘로굿 워크부츠의 디자인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목토(Moc toe)는 워크부츠의 정석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이 쓰던 신발 제작법인 모카신 제법과 유럽식 신발제작법이 만나며 만들어진 개척시대의 부산물이다. 둥글고 장식적인 형태가 특징이며 발의 높이나 발끝의 모양에 구애 받지 않는다. 플레인 토보다 재미를 더하며 보다 캐쥬얼한 인상을 준다. 플레인토(Plain toe)는 가장 기본적인 구두 코의 형태로 목형을 따르는 형태로 코가 둥글게 만들어진다. 쏘로굿의 플레인토는 수더분하게 둥글고 높이가 높아 멋 부리지 않은 강인한 인상을 준다. 루퍼(Roofer) 시리즈는 멍키부츠(Monkey boot)의 디자인을 따른다. 쿼터를 앞쪽으로 당겨 발등부터 신발끈이 단단하게 조인다. 목토나 플레인토에 비해 귀여운 모양이지만 보다 발의 안전에 신경을 기울인 형태다. 쿼터에는 가죽이 덧대어져 내구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독특한 미감을 더한다.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이 외에도 집배원들을 위한 신발을 그대로 이어온 포스트맨 시리즈, 목선을 잘라 간편히 신고 벗을 수 있게끔 만든 옥스포드 시리즈, 추카 부츠 등의 다양한 디자인을 쏘로굿의 신발들은 가지고 있다. 단단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음은 다들 같으니, 천천히 스스로의 취향과 목적에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아보자.


  • 오래된 부츠 이야기


    오래된 부츠 이야기 웨인브레너가 처음 부츠를 만들 때처럼 쏘로굿은 여전히 좋은 부츠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위스콘신 노동자들의 발을 안전히 감싸던 부츠는 이제 세계인의 발을 타고 전세계의 거리와 자연을 향하고 있다. 키보드를 치는 사람도, 서류를 나누는 사람도, 그리고 여전히 나무를 자르는 사람도 쏘로굿의 부츠와 함께 하루와 일상을 보낸다. 오래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브랜드의 이면에는 그 브랜드가 여전히 건실히 나아가고 있단 점이 따른다. 오랜 세월에도 흩어지지 않고 여전히 세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것이 그 브랜드가 당당히 오래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힘을 마련한다. 쏘로굿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된 이야기를 말할 수 있지만 그것에 급급하지 않는다. 그저 지난 시절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며 이야기를 툭 던져두고 가던 길을 간다. 쏘로굿을 신은 사람들이 그렇듯 말이다. 그렇게 브랜드와 브랜드의 애호가들은 닮으며 가지 않은 길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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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 쏘로굿 무신사 스토어(store.musinsa.com/thoro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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