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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인터뷰 | 2019년을 살고 있는 서울사람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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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이 그리는 서울사람 이야기 

더 스튜디오 케이 홍혜진 디자이너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2019년의 서울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에디터 : 김하은 | 포토그래퍼 : 김광래 | 디자이너 : 김유진 | 자료 제공 : 더 스튜디오 케이


학교에 한 명씩 있는 공부 잘하는 애를 보면 ‘잠은 잘까?’ ‘혹시 초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더 스튜디오 케이의 홍혜진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기 전에는 수면 시간 4시간 미만의 책벌레, 독종 같은 일 중독자 쯤으로 그녀를 함부로 치부했었다. 매 시즌 역사, 과학, 문화를 아우르는 테마를 컬렉션에 녹여 내질 않나 가상현실이나 스마트폰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 획기적인 패션쇼를 기획하는가 하면 오만 전자,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도 서슴지 않으니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그녀는 그저 다른 사람보다 호기심이 많아 여러 일을 벌였을 뿐이며,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쓸데없는 성실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고한다. 일할 때 빼고는 누워 있다며 자신을 ‘와식 생활자’라 칭하질 않나, 한번 벌일 일은 힘들어도 꾸역꾸역 한다는 걸로 보아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기질이 탓이지 인간미 ‘제로’의 독종은 아닌 듯 했다. 


그런 그녀가 선보인 이번 2019 S/S 컬렉션 테마는 싱크(SinK), 서울 인 코리아(Seoul in Korea)의 앞 글자를 따 서울을 주제로 잡았다. 서울 태생의 학구파 디자이너가 서울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내며 서울사람을 그려냈다. 그녀가 그린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2019년을 살고 있는 서울사람의 모습은?

무신사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용평으로 스키를 타러 갔더라.


홍혜진 SNS에서 봤구나. 나는 스키 타는 걸 좋아한다. 시작한지는 오래 됐는데 내가 특별히 운동신경이 좋아서(?) 잘 타진 못한다(웃음).



무신사 과학을 좋아하는 학구적인 디자이너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놀 땐 제대로 노는구나!


홍혜진 이전 인터뷰를 봤다면 알고 있겠지만 내 어릴 적 꿈이 과학자였다. 그래서 타고난 성향이 ‘호기심 천국'이다. 궁금한 건 못 참고 꼭 해보는 그런 타입이랄까. 궁금한 건 또 무척 많아서 범죄 아니면 다 해보는 편이다.



무신사 최근에 해 본 것 중에 제일 재미있는 건?


홍혜진 요즘 가상 피팅에 꽂혀있다. 테크를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VR, AR, 홀로그램 등 이상한 걸(?) 참 많이도 해봤다. 내가 하도 이런 걸 좋아하니까 패션 디자이너인데도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패션과 거리가 먼 브랜드에서도 협업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오늘도 가상 피팅을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관련 미팅을 하고 왔다. 



무신사 그럼 ‘가상 피팅’으로 이번 컬렉션을 입어볼 수 있는 건가?


홍혜진 아마도! 가능할 것 같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서울사람의 모습은?


무신사 혹시 물리나 화학 과목의 과외 선생님을 따로 두고 있는 건 아닐까 궁금했다. 


홍혜진 개발자, 게임회사 다니는 애, 미디어 아티스트 등 특이한 애들이 곁에 있다. 같이 이야기하고 놀면서 체득하는 지식이 큰데 과학 저널도 즐겨 읽는다. 예전 컬렉션 테마 중에 투명 흙을 주제로 한 게 있다. 그것도 과학 저널을 보다가 착안한 거다. 알고리즘, 파사드와 같은 키워드를 컬렉션 주제로 잡는 건 내 관심사가 그쪽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 참 힘들고 어려운 걸 좋아한다. 어떤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과학 분야와 협력이 필수적인 현대의 미술가 같다. 


홍혜진 서울대학교 미술관 모아(MoA)에서 기획한 <데이터 큐레이션>이라는 전시에 작가로 참여한 적이 있다. 데이터가 예술과 디자인, 건축 분야에 이용되는 방식과 그 해석을 영상, 텍스타일, 설치 작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나는 과학과 예술 이 분야에는 하나로 통하는 접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는 물론 예술가, 디자이너도 하나의 생각을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이를 구체화해 결과물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이나 디자인, 예술 모두 본질은 같은 셈이다. 내가 디자이너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나의 관심사를 구체화 시키고 그걸 상용화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과학자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그 점을 재미있어 하더라.



무신사 과학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홍혜진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과학이나 디자인 모두 본질이 같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가 되었더라도 어느 순간에 패션과 만났을 거라 생각한다. 



무신사 남다른 학구열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홍혜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내 오랜 친구들이 그러더라. 나의 동력은 호기심과 쓸데 없는 성실함에 있다고. 나는 굳이 안 해도 될 것을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다. 그리고 삐질 삐질 땀을 흘리며 힘들어도 꾸역꾸역 해낸다. 그들은 ‘배 째지 못하는 정신’이라고도 하던데 나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 이게 집요하고, 독해서 그런 게 아니라 괴로워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성실함 때문에 끝까지 간다. 무엇보다 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가장 재미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재미있으니까 시작했고 힘들어도 끝까지 한다! 나는 이렇게 생겨서 그냥 한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서울사람의 모습은?

무신사 더 스튜디오 케이의 2019년 S/S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을 테마로 한다고?


홍혜진 9년 정도 디자이너로 일 했다. 3년 차였던 신인 시절에 많이 했던 고민 중 하나가 내가 서울이 아닌 뉴욕이나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대주의적인 생각이기도 한데 그때부터 서울이라는 장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그것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도 서울 땅을 밟고 숨쉬는 서울사람으로 살고 있다. 왜 미국 교포들을 보면 참 교포처럼 생기지 않았나. 사람은 유기체로 그 땅과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고로 서울은 나와 ‘이퀄(equal, 동등한, 같은)’ 관계에 있다. 가뜩이나 서울은 방탄소년단의 효과도 있고,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트렌디한 도시지 않나. 서울 베이스의 디자이너의 고민에서 시작해 무엇이 서울사람을 가장 서울사람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현대의 서울을 재조명하며 가장 매력적인 도시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을 파헤쳐보게 되었다.



무신사 서울사람을 정의내린다면?


홍혜진 서울사람들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미래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옛 것에 대한 향수가 짙다. 동양적 사상이 깔려 있으면서도 서구의 것을 좋아한다. 성질은 엄청 급한데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고, 상업형 인간인 것 같으면서도 정치적이다! 왜 ‘강남 좌파’라는 말도 있지 않나. "서울사람을 당최 이해할 수 없어!" 이런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매력인 것 같다. 복합적인 것,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것. 



무신사 정반대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서울사람의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 작정인가.


홍혜진 이번 컬렉션은 가장 매력적인 도시 서울 그리고 서울사람을 주제로 하는 만큼 런웨이 형식을 취하지 않았다. 스튜디오에서도 찍었지만 컬렉션 룩북을 서울의 여섯 군데 스팟을 돌며 촬영했다. 강남, 홍대, 이태원, 상암, 남산, 을지로 등지를 돌았는데 영상과 사진을 합성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서울과 서울사람을 이야기하려 한다.



무신사 돌아보니 가장 ‘서울스러운’ 곳은 어디였는가?


홍혜진 옥외 간판으로 뒤덮인 상가 건물에서 가장 ‘서울스러움’을 느낀다. 누군가는 추하다고 하지만 이런 신(scene)은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있는 희귀한 장면이다. 잠실 주거단지에 위치한 상가를 보면 간판 정비 사업 덕분에 줄을 맞춘 네온 사인이 달려 있는데 그 모습이 현대미술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글리’한 그 장면에서 서울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스팟도 있다. 반포대교를 타고 북단에서 남단으로 넘어오다 보면 4000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펼쳐진다. 해질 무렵에 보면 아파트 꼭대기에 사인이 들어오는데 그 꿀렁꿀렁한 조명이 마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나 SF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이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모습 그리고 서울의 시간이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서울사람의 모습은?



무신사 시즌을 봄/여름, 가을/겨울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월로 나눈 ‘먼슬리(monthly)’로 보여줄 계획이라고.


홍혜진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매력적인 서울의 모습을 한 달 단위로 끊어서 보여주면 다채로운 면면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열두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매달 5~10개 정도의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커머셜 디자이너로서 한달 단위로 소비자를 관찰할 수 있어 실리적인 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채널 별로 소비자의 성향도 파악할 수 있으니 매출 압박을 받는 내게 불경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도 될 것이다. 4~5월 즘에는 무신사 전용 먼슬리 드롭을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1년에 두 번 컬렉션을 진행했다면 시도할 엄두 조차 낼 수 없었다.



무신사 이번 시즌에 선보인 아이템 역시 남다를 것 같다.


홍혜진 우리의 시그니처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먼슬리 드롭'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어울리는 낯선 방식으로 옷을 만들 계획이다. 천연 염색을 활용한 아이템을 기획하고 있는데 일본은 이미 천연 염색한 소재를 이용한 컨템포러리 디자인의 옷을 많이 선보인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비즈빔이다. 한국은 개량 한복이나 찜질방에서 입는 옷 정도에나 천연 염색을 적극 활용한다. 천연 염색을 모던하게 풀기 위해 지금 가장 트렌디한 소재인 저지를 활용해 천연 염색으로 컬러를 입히고 우리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리본을 더해 모던한 옷을 선보일 계획이다. 당장 2월에 입어볼 수 있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서울사람의 모습은?



무신사 더 스튜디오 케이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홍혜진 '서울'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서울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란다. 내가 은행원 유니폼을 입으면 은행원이 되듯, 옷에는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가 지금의 서울을 사는 사람을 진짜 서울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무신사 나중에 역사책에 ‘2019년 서울사람의 모습’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홍혜진 간혹 ‘옛날이 좋았다’며 과거를 모티브로 삼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나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관심이 많다. 우리의 새로운 컬렉션은 금방 다가올 미래를 포함한 서울의 현재를 충실히 보여주며 1년 동안 서울사람, 서울이라는 장소를 속부터 파헤쳐볼 것이다.



무신사 앞으로의 계획은?


홍혜진 이제는 오픈해도 될 것 같다. HB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셔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HB 엔터테인먼트는 연예 기획사가 아닌 제작사다. 최근에는 드라마 <SKY 캐슬>의 제작을 맡은 곳이기도 한데 이들이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는 모든 아이템을 상품화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리는 셔츠라는 카테고리를 맡았다. 3월 1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 이후에는 중국 브랜드와 협업해서 3월 30일, 상하이 패션위크에 나간다. 디자인은 끝났고, 피팅하러 가야하는 출장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가상 피팅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참여할 계획이다. 우리에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나아가 온라인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고 있다. 또 뭐 있지? 아, 학교도 다니는 구나! 박사 과정을 잘 끝마치고 수영을 꾸준히 하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이루고 싶다. 쭉 나열하니 많아 보여도 잠도 많이 자고,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니 걱정 마라.



관련 링크 :


더 스튜디오 케이 무신사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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